[이효계 회장님 포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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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총선이 끝났다. 방송을 통해서 당선자와 낙선자의 명암이 교차되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직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선자들에게는 무한한 축하를, 낙선자들에게는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당선자들에게 무작정 축하만 보내기에는 우리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듯하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가진 자들에 대한 반(反) 정서가 급격히 늘었다. 즉, 권력과 부는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정서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주의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는 사회주의의 붕괴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 또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평등주의의 정서가 아직도 팽배해 있는 이유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의 부재를 들어 왔다. 즉, 가진 자들이 법과 권력의 보호 아래 공익보다는 사익 챙기기에 급급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번 총선 투표율이 역대 선거 중 사상 최저인 46%에 불과한 이유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현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주의가 투표에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라는 반문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해 보면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마냥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닌 듯하다. 18대 의원 당선자들은 국민의 대의자로서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할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본다. '사회지도층의 책무'로 해석되어 온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어원은 프랑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이 찬란한 천년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서 가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6·25전쟁 당시 미국 참전용사들 중 142명이 미군 장성들의 아들이었다거나, 지난 3월 영국의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를 한 사실, 미국의 갑부들이 거액을 기부하는 행위, 크고 작은 스캔들에 휘말린 정치인들의 용퇴 등을 들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은 국민에게 한없이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아마도 고위공직자들에게만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강조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그 대상은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정치인 모두, 즉 국회의원도 행당한다고 보여진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의자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다. 그 만큼 이들에게 부여되는 특권도 많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예산 또한 크다. 그러나 사실, 현재까지 입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회에서 자행된 추태는 물론이고, 장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스캔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8대 국회는 그 어느 때의 국회보다 책무가 막중하다. 또 선진국 진입이라는 대명제를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18대 국회, 실천덕목으로서 겸손, 청렴, 도덕재무장 및 섬김의 공복으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국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효계 숭실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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