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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준 회장 “사이버 공간 통한 대참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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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7회 작성일 14-07-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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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 방어 비용 지난해에만 1100억 달러(약 112조4000억 원)…해킹당한 미국 기업 2년 새 2배.’(6월 6일, 사이버보안 관련 비영리단체 시큐리티어페어 발표)

‘해킹 등 사이버 범죄로 인한 세계경제손실 한 해 4450억 달러(약 450조 원).’(6월 9일, 민간연구기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전 세계가 사이버 범죄 및 테러로 몸살을 앓으면서 사이버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커들이 국가기밀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개인 컴퓨터에 쉽게 침입하면서 ‘사이버보안 공포’ 체감지수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덩달아 각국의 사이버보안 강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사이버전쟁 전담조직인 ‘사이버사령부’를 만들었다. 유럽은 유럽 내 정보의 미국 유출을 방지하려고 자체 통신망 구축을 논의 중이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정보조직은 외국의 정보기술(IT) 인재까지 대대적으로 스카우트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5명의 중국군 장교를 해킹과 산업스파이, 기밀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사이버보안 공포 최고 수준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지난해 발생한 ‘3·20 방송·금융전산망 사이버테러’와 ‘6·25 정부기관 홈페이지 해킹’ 등 잇단 국가적 사이버 침해사고를 계기로 경찰청이 6월 11일 사이버 공간에서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이버안전국을 출범시키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국가 사이버안전의 컨트롤타워 격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 자리마저 3개월째 공석이다. 이기주 전 원장이 3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직후 조속히 이뤄졌어야 할 후임 원장 공모 절차가 세월호 참사와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속에 ‘올 스톱’됐기 때문. 올해 초 사상 초유의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이어 KT 홈페이지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크고 작은 사이버보안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정보보호 총괄기관인 KISA의 수장이 없다는 건 곧 업무 공백의 장기화를 뜻한다.

세월호 참사로 새삼 부각된 국가 재난안전 이슈 못지않게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된 대한민국에선 사이버안전 역시 중차대한 문제다. 주대준(61)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찾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 교수는 전산장교로 근무하던 1989년 청와대 전산실 창설 프로그램개발팀장으로 발탁된 이래 전산기능 공직자의 승진 한계인 전산실장을 넘어 정보통신기술심의관,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을 두루 거치며 20년간 5개 정부의 대통령경호실에서 근무한, 자타 공인의 국내 사이버보안 분야 선구자다.

2008년 12월 경호공무원법이 정한 연령정년(만 55세)을 다 채운 최초의 정년퇴직자 1호를 기록한 후 2010년 1월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그는 KAIST에 사이버보안연구센터와 정보보호대학원을 설립했고, 사이버보안 분야 석·박사 인재를 양성해왔다. 정보보안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일본에 수출하는 등 왕성한 대내외 활동도 펼쳐 KAIST 위상을 드높이는 데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부임 7개월 만에 부총장으로 임명돼 3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에스토니아 사태는 반면교사

▼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도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국가적 재앙의 대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나.

“물론이다. 직접적 인명피해를 부른 세월호 참사로 정부는 재난안전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라는 장관급 부처를 신설키로 했다. 그런데 현실 세계의 재난안전만이 아니라 이젠 사이버 세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측불허의 사이버 대참사를 예방하려면 위기의식을 느끼고 미리 사이버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이버 관련 사건·사고가 터질 당시에만 관계부처와 언론에서 요란하게 대책을 내놓다보니 여전히 근본적 대책이 미흡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우린 이미 여러 사건·사고를 경험했다. 2009년의 1·25 인터넷대란과 7·7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사이버 세상을 위협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우리는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같은 19~20년 전 참사도 기억한다. 하지만 불과 5년 전의 1·25 인터넷대란과 7·7 디도스 공격을 누가 제대로 기억하나? 물리적 사건·사고가 아니면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하지만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최근 모든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너도 나도 반기는데, 거꾸로 인터넷을 통해 사물을 컨트롤하면서 악용할 경우 자칫 사이버 테러에 의한 인명피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커짐을 알아야 한다.”

▼ 사이버 공간을 통한 참사로 어떤 걸 상상할 수 있나.

“예를 들자.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집 안의 전원이 전혀 켜지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소가 해킹당해서다. 금융망, 통신망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해킹당하면 국가 전복 사태가 온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났다. 2007년 에스토니아 사태다. 에스토니아는 우리나라 이상으로 전자정부 시스템이 잘 구현된 나라다. 그런데 옛 소련군 동상 철거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자 러시아 극우분자들이 해커를 모집해 무자비한 해킹을 감행했다. 며칠 동안 정부기관 홈페이지 접속과 은행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국가 기능이 일순간 마비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북한의 경우 1991년 미군의 대대적인 이라크 공습에 깜짝 놀란 김일성 주석이 우수한 인재를 가려 뽑아 사이버 전사를 길러냈다. 당시 만만치 않던 이라크 방공망을 미국 해커들이 무력화한 데 큰 충격을 받아서다.”





▼ 우리나라 사이버보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관련 기관은 KISA,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정도다.

“2012년 11월 ‘이스라엘 홈랜드 시큐리티(Israel Homeland Security)’에 초청받은 적이 있다. 500여 명의 전 세계 관계자가 참석한 그 국제행사에서 이미 치열한 사이버 패권 전쟁이 불붙은 미국, 중국 등 G2와 함께 북한, 이스라엘 정도까지를 사이버보안의 메이저로 보더라. 우리나라나 일본은 그 아래 중상위 레벨쯤으로 평가받았다. 현실이 그렇다. 사실 기관별, 부서별로 분산된 조직으로는 제아무리 정보를 잘 공유해도 날로 진화하는 신·변종 해킹 공격과 악성코드를 당해낼 수 없다. 악성코드는 ‘사이버 지뢰’다. KISA는 2009년 정부의 부처 간소화 정책에 따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돼 인터넷과 정보보호 진흥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을 순수한 정보보호기관으로 그대로 뒀어야 했다. 3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해버리니 정작 KISA는 본부 개념밖에 안 되는 게 문제다.”


KISA 통합은 잘못

▼ 그렇다면 대안은.

“사이버보안을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로 사이버보안청(가칭)을 창설하고 사이버 법체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이버보안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것도 법체계 탓이 크다. 우리나라에선 개인정보보호법이 2011년 일반법으로 제정됐지만, 제정 전 상황을 보면 소관 영역별로 독자적인 법을 운용해 개인정보보호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반면 미국은 이미 1970년대에 ‘Privacy Act(사생활권법)’를 제정했고, 유럽도 1980년대에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채택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국가정보화기본법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보호 관련법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부처별, 소관 영역별로 산재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런 실정에선 국가 전체 사이버보안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과 마찬가지로 일반법 성격인 사이버보안법(가칭) 제정 등 국가 전체 사이버보안 수준을 유지할 방안이 절실하다.”


‘폴스 네거티브 에러’




 
2008년 유비쿼터스 기반 경호과학화 심포지엄 당시의 주대준 교수.


▼ 우리나라가 최첨단 IT강국임에도 국가기관 홈페이지 해킹, 개인정보 유출, 악성코드 유포에 대해 무력한 이유가 뭔가.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법제도적 측면 때문이다. 둘째는 사이버보안 투자가 인색한 데 있다. 대형 사이버 사건·사고가 터지면 단기적으론 예산을 투입해 당장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하지만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안전한 사이버보안을 위해선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정보보안 예산은 보험 성격이 아니라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다.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되는 법제도를 먼저 정비하고, 조직의 최고경영자(CEO)가 스스로 보안의 필요성을 느끼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할 때 사이버보안은 보장된다. 어느 조직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한 명 임명했는데, 그가 만날 돈만 달란다는 힐난을 받는다 치자. 그래선 안 된다. 그건 사이버보안에 대한 무지다. 전문용어로 ‘해킹을 당하고도 해킹당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폴스 네거티브 에러(False Negative Error)’라고 하는데, 이는 도둑이 들어도 도둑맞은 사실조차 모르는 걸 일컫는다. 사이버 공격과 그에 대한 방어는 끊임없는 것이다. 도둑을 막으려면 보안장비 구입에 돈이 들 수밖에 없다.”

▼ 왜 아직 그런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나.

“윗사람들부터 사이버보안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 구축이니 전문가 보강이니 하는 장밋빛 청사진이 적잖이 제시됐지만, 성사된 게 없다. 왜 그럴까? 수십 명에 달하는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중 사이버보안을 전공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지구촌 어디서든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는 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사이버 위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기 대통령 취임식 직후 백악관에 사이버안보 보좌관을 임명했고, 이스라엘에도 우리나라 수석비서관급의 전문가가 임명돼 있다. 이제 우리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은 그만 치고, 국가 사이버보안을 총괄해 전담하는 예방 차원의 강력한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와 청와대 사이버보안 보좌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컨트롤타워는 평시엔 소관부처의 사이버보안 인식 제고와 선의의 경쟁을 통한 전반적인 사이버보안을 진흥시키고 국가 위기상황이 도래할 땐 오너십(주인의식)을 갖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만 봐도 그 원인이야 어떻든 부처별로 비상상황실을 만들고 별개로 운영함으로써 소통 부재,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인한 혼란 가중 등 부작용이 생겼지 않나. 부처 간 경쟁의식은 평시엔 상호 윈-윈을 위한 기폭제 구실을 하겠지만, 대형 사건·사고 발생 시엔 당연히 한 몸으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

▼ 사이버보안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나.

“맞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참모들의 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력 보강 면에서만 봐도 외교·통일 분야에 비해 사이버 분야는 항상 뒷전이다. 지금도 NSC 사이버보안 실무자는 국정원이 파견한 부이사관 한 명뿐이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사이버보안을 강조해왔다. 그런 대통령 의지를 뒷받침해줄 참모가 없는 게 문제다.”





대통령 의지 받들 참모 부재

주 교수는 1981년 국방정보사령부 전산실 창설요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당시 북한군 전투서열 등 북한군 정보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리했다. 이후 청와대로 입성한 후엔 IT전문가로선 최초로 경호차장 자리에까지 올랐고, 유례없이 노무현-이명박 2개 정부에 걸쳐 연임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시련은 있었다.

경남 산청군 태생인 주 교수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때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고아원과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다. 이후 대구의 고입 학원과 양복점, 양산공장, 대구소방서 등지에서 각기 점원과 공원, 급사 등으로 고학을 하며 대구 성광고(야간부)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또래 친구보다 늦게 졸업했고, 석사과정도 국비 유학으로 30대 초중반에 미국에서 했다. 박사과정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만 40세에 시작해 10년이 걸린 끝에 정보통신기술심의관으로 재직하던 만 50세에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핍이 적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비결은 뭘까.

“난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 어떤 일을 하든 ‘왜 내가 못해(Why Not Me)?’라는 자신감으로 임했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왜 그걸 해야 하는가, 이 일을 성취하기 위해선 무엇이 장애물이고 걸림돌인가, 그런 문제를 제거하기 위한 해법은 뭔가를 항상 궁리했다.”

주 교수가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아들 은광 씨도 KAIST를 다녀 한때 ‘부자(父子) 재학생’으로도 불렸다. 아버지와 똑같이 전산학을 전공한 은광 씨는 졸업 후 미국 UC버클리대로 유학을 갔고,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려고 스타트업 벤처 활동을 한다. 지난해 유학 중에도 국민이 국회의원의 공약 실천 등 의정활동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포퐁(POPONG·Public Open POlitics engineeriNG)’이라는 툴(tool)을 개발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소프트웨어 분야 대상을 받기도 했다.


‘왜 내가 못해?’

▼ 청와대 근무 시절, ‘경호도 과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던데.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심의관을 지낼 때 일본 출장길에 위성정찰기가 청와대 내 돌덩이까지 촬영한 사진을 사왔다. 일개 민간업체가 전 세계 전 지역을 다 찍어 상업용으로 팔더라. 귀국해서 그걸 내놓으니 청와대에서 난리가 났다. 빨리 없애라고. 그런데 그걸 없애봐야 또 나오지 않나? 내가 청와대에 일종의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경호 과학화는 그래서 필요하다. 관련 팀을 꾸려 소극적 보안이 아니라 모든 걸 자동화, 전자화, 과학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IT기반의 유비쿼터스 경호 과학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경호 노하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 러시아 등 선진국 경호 시스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베트남 등 동남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국가에 경호 시스템을 수출한다. 보안상 세부적인 경호 시스템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나 귀빈이 국민 가까이 가면서도 경호는 더욱 완벽한 국민친화적 경호가 과학경호의 방증이다.”


‘경호도 과학’




 
대통령 경호차장 시절 러시아 실무진과의 통신 회담.


▼ 공직생활 33년 중 20년 동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5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그들의 인식 수준은.

“사이버보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취약했던 6공 시절의 시대적 특성을 감안했을 때 노태우 대통령은 IT에 대한 의지가 있는 편이었다. 6공은 전자정부 시스템의 기틀을 놨다. 김영삼 정부는 5대 국가기간전산망의 토대를 마련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인터넷 강국의 기초를 닦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특히 앨빈 토플러 등 외국 석학들의 미래 전망을 중시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땐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IT지식이 탁월했다. 독대해서 만났을 당시 마음속으로 ‘솔직히 대통령이 좀 알은체를 많이 하네’라고 생각했는데 10분, 20분 얘기를 더 들어보니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IT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사람이다. 국정원 내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를 만든 사람도 그다. 그만큼 오늘날 사이버보안의 초석을 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후 그걸 발전시켰다고 본다.”

▼ KAIST 교수 임용 후 사이버보안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는데, 성과는.

“KAIST 개교 40년 역사에서 최초로 사이버보안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세계 톱 저널에 대한 논문 기고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상용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 제품화했다. 매주 ‘해킹동향정보(악성코드) 분석 보고서’를 청와대와 국정원, 정부부처, 공공기관 등 100곳 이상에 배포한다. 교수 부임 후 1년 만에 석·박사 과정의 정보보호대학원을 정규 인가받아 설립했으며, 5년 전 ‘KAIST S+(Smart Technology, Security, Strategy) 컨버전스 최고경영자과정’도 직접 개설해 그동안 8기수에 걸쳐 500여 명의 원우를 배출했다.”

대한민국 최고 ‘컨버전스 리더’ 양성을 표방한 S+ 컨버전스 최고경영자과정은 기존 대학들이 3~4개 과정으로 분리해 가르치는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AIP(Advanced Industrial strategy Program), Security(CSO), 멀티미디어 과정 등을 하나로 융합한 맞춤식 교육을 지향한다. 주 대상은 정부부처 고위공무원(실·국장급)과 대·중소기업 CEO 등이다. 이들은 과정 수료 이후에도 IT포럼, 금융경제포럼 등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속적으로 교류한다. 출장 등으로 강의 참석이 힘든 이들을 위한 스마트폰용 실시간 강의와 반복수업, 담임교수제를 통한 맞춤식 교육지도, 정규수업 전 트위터, 페이스북 운용법 등을 숙달하기 위한 0교시 강좌 운영 등으로 내실 있는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도 특징이다.





▼ 경호차장으로 퇴직했으니 정부 차원에서 새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사실 경호차장 출신치고 전관예우 안 받은 사람이 없다. 내 전임은 모 공사 사장, 후임도 그랬다. 하지만 난 과감히 그런 제의를 뿌리쳤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까지 왔는데, 고작 공기업 사장 2~3년 하고 그만둘 것이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 후반부 30년을 바라보고 다시 시작했다. 역대 경호차장 중 정부 임명 직위를 거절하고 자력으로 KAIST 교수가 된 사람은 나뿐이다. 그게 결과적으로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정부 임명 직위에 갔다면 ‘관피아’ 소리나 들었을 것이다.”


보안전문인력 출구전략 필요

▼ 현재 KAIST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 센터 성격과 역할은.

“단순히 논문만 쓰는 일반 대학 센터와는 다르다. 우리는 연구하고 논문을 쓴 이론을 근거로 상용제품을 만들어 실제 업무에 적용한다. ‘사이먼(SIMON)’이라는 악성코드 분석 툴을 개발해 특허등록도 했고, 악성코드 경유지와 유포지를 분석해 해킹 정보도 제공한다. 이는 그 어떤 연구센터와 연구소도 하지 못한 일이다. 또한 대학원 석·박사과정 학생과 센터 연구원이 공동 연구를 통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한다.”

▼ 사이버범죄가 갈수록 늘면서 대학가에도 정보보안 관련 학과 설립 붐이 인다. 향후 정보전문가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각 대학이 정보보안 관련 학과를 설립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지속적 양성은 긍정적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대학의 경쟁력 확보와 홍보 등을 위해 교육 커리큘럼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운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정보보안 관련 학과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건 어떤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보다 전문적인 커리큘럼과 교수진을 구성하고, 실제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한다면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될 공산이 크다. 진정한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선 기존 컴퓨터공학과나 정보통신학과와는 차별화된, IT 위에 정보보호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커리큘럼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DB), 운영체제(OS), 네트워크 등 다양한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기반 위에서 보안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아울러 국내 정보보호산업을 육성해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 바쁜 와중에도 국제적 구제·봉사활동 기구인 월드비전의 이사, 국내외 소외지역과 불우이웃에 의료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사)누가선교회 회장 등 사회공헌활동이 남달리 많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한다. 50년 전 월드비전이 설립한 고아원에서 성장한 내가 지금은 월드비전 이사가 되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되돌려주는 게 인생 후반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전국적 광통신망과 스마트폰 보급률 1위, 1인당 인터넷 이용시간 1위인 대한민국.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국제화하는 사이버보안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우리의 사이버 안전 미래는 어떨까. 대형 참사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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